용역 사업은 돈을 주고 일을 시키는 측과 돈을 받고 일을 하는 측 사이에 간격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두 당사자가 일을 바라 보는 관점이 오로지 경제 논리 뿐인 경우다. 일을 시키는 측은 가능한 돈을 적게 주고 많은 일을 시키는 것을 최고선으로 여기고, 일을 하는 측은 정해진 계약 금액을 받으면서 가능한 적게 일하는 것을 최고선으로 삼는다. 그럴 경우 양질의 결과물은 누가 만들 수 있을까?

용역 사업을 통해 양질의 결과물이 나올 수 없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용역 사업이 시작될 때, 용역을 발주하는 "갑"이 자기가 바라는 결과물의 모습을 모른다는 것이다. 일을 시키는 "갑"과 일을 진행하는 "을"이 서로 다른 이미지를 머릿속에 넣고 일을 진행한다. 대개 과제 마감이 가까와서야 갑은 갑대로, 을은 을대로 결과물의 모습을 어렴풋이 그리기 시작한다. 그럴 경우 양질의 결과물은 언제 나올 수 있을까?

S/W 개발 방법론이란 분야는 10 년 넘게 결과물이 쌓여온 완성된 학문이다. 갑이든 을이든 RUP, XP, SCRUM 등등의 방법론을 한번쯤 공부하고 업무에 임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한국의 S/W 산업도 10 년 넘게 무르익은 산업인데 왜 맨날 이모양인가? 가끔 S/W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무식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지식이 없어 무식하다고 하는게 아니다. 자기가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기에 무식하다고 하는 것이다.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공부할 것 아닌가?

어째... 단상 시리즈를 이어나가면 내게 불이익이 닥칠 것 같은 소심한 걱정이 스친다. (3)을 이을지 말지 고민해봐야겠다.
Posted by ing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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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써니 2009.07.10 18: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 한다는게,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좀 위험스러운 일이기는 하죠.

    작은 용기에 박수를 보내 드립니다.
    그런데, (3)를 이어가기는 좀 위태해 보이기는 하네요. ^^;

    저도 SI 10년 하다 그만두고, 작은 자리로 옮겼습니다만...
    업계 사람들과 만나도 현장 얘기는 잘 안합니다. T.T

    • ingee 2009.07.10 19: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죠? 시간을 두고 생각이 좀 순화되면 순한 언어로 글을 올려야겠습니다.
      우리나라 S/W 생태계가 인류 전반에 기여할 수 있을만한 재밌고 창의적인 도전으로 가득 채워지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경력 많고 비싼 개발자가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

  2. ingee 2013.02.25 19: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몇년의 시간이 흐른뒤, 그렇게 욕하던 갑 회사에 들어왔습니다. 대기업 말단 사원에 불과한 개인이 대한민국 SW사업의 용역구조를 바꿀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합리적인 사고를 통해 조금이라도 개발자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